성격적결함

나의 성격적 결함은 모든 것 이 조심스럽고 다가감에 있어서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 사람을 만나거나, 누군가와 식사를 하거나,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도 .. 내 앞 사람이, 나와 함께 앉은 사람이, 그 누구든 나로 하여금 피해를 보지 않길 바라고, 행복한 하루가 방해받지 않길 바라며, 나 역시 가끔 마주하는 불편함이 생기더라도 꾹 참고 넘기려 한다. 내 자신에게 자신감이 현저히 부족해서 일까. 내가 갖추는 “예의” 에는 지나친 조심성이 있다고들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살았던 내가 결국에는 불편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나의 성격적 결함이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원하게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4월17일, “아직 나는 내 생일을 축하 할 여유가 없어. 나는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았고, 축하를 받는 것 조차 나에게는 사치야.” 하고 내 자신에게 말하면서도 너무나도 외로웠다. 선물을 바란 것 도 아니고 파티를 바란 것 도 아니다. 그냥.. 사랑이 그리웠던 것 같다. 내가 내 자신을 어두운 방 안 에 가둬놓고서 누군가가 그 방문을 두드리지 않을까하는 괜한 생각을 하는 내 머리 속의 방식 자체가 잘못 되었음을 알면서도 마음이 많이 시린 하루였다. 사랑을 주는 방법도, 받는 방법도 모르는 나에게도 오늘만큼은 “축하해” 한마디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케익은 혼자 사먹을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촛불을 끄는 순간을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많이 바라고 있었던 것 만 같다. 그래서 많이 울었다. 내 잘못인 것 을 알아서 그런지 더할 나위 없이 속상했다. 섭섭함이, 외로움이, 나의 부족함에 과분한 사치이자 이 모든 감정들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 가져다준 처절한 결과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받아들이기 보다는 왜 이렇게 서러운건지.. 내 자신과 사람들 사이에 벽을 두고 살았던 나의 어린시절의 실수가 지금 내게는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버린 것 같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더 표현을 숨김 없이 할 수 있을까.. 불편함과 어색함이 아닌 편안함과 안락함을 줄 수 있을까. 나의 지나친 예의의식과 조심스러움이 사랑을 자칫 율법적으로, 또 이성적으로 풀어나가 결국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 을 다시 한번 배운다. 

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쌓아왔던 큰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길이 과연 내게도 있을까? 사랑을 조금 더 따뜻하고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그 방법을 찾고 싶고, 고치고 싶고, 변화하고 싶다.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다. 

슬픈노래에 귀기울이고 말라버린 눈물샘을 바라보며 한없이 조여왔던 그 누군가의 아픔에 조심스레 손을 얹어 딱딱하게 굳어가는 상처까지도 보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로지 슬픔만을 큰 화두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 아니라 세상에 숨겨지고 웃음에 가려진 아픔에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맞대어 읽고 또 헤아리고 싶을 뿐이다..

나의 음악이, 또 내가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로지 아픔으로 이뤄진 세계에 국한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삶에 공감 하며 한 없이 모자란 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바닷길

텔아비브에서 처음으로 혼자 바다를 따라 길을 걸었다.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막상 겁이 나서 이곳까지 걷는 것 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 단지 길을 잃어 바닷길을 따라 걸었던 것 뿐이였는데 어느샌가 이 모든 자연을 눈에 담고 있었고 공기를 음미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늦여름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 만 같은 느낌이다. 가끔 이렇게 반가운 공기를 느낄때면 가슴 깊이 숨을 쉬어 느껴보려고 한다. 귓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도 코 끝을 스치는 찬 기운도 .. 무엇이 그렇게 그리운 것 일까 생각 한다. 피아노를 치는 것 은 매우 행복하다.. 하지만, 나의 행복 때문에 가족들에게 외로움을 주는 게 아닐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내가 싸워야 하는 외로움은 언제나 견딜 수 있다. 가끔 혼자서 펑펑 울긴 해도 이제는 이렇게라도 울 수 있어서 감사할 뿐 이다. 하지만 그런 나만의 이기적인 시간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차가운 바람을 혼자 견뎌야 하는 고독의 시간이 주어져야만 하는 것 같다. 그 고독의 시간은 우리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미안하다. 나는 가족들에게 참 할말이 없다. 멀리 사는 것 도 부모님께는 크나 큰 불효임을 다시 한번 또 느낀다. 사실 이렇게 외국에 나와서 살며 나의 꿈을 키우려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놓쳐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그 꿈을 펼친다고 이렇게 이기적인 선택을 한 만큼 잘 해내야하는데.. 턱 없이 모자람을 느끼고, 피아노 앞에 앉아 하루에도 수백번씩 부족한 내 자신을 바라보며 머리가 멍해지곤 한다.

지난 달 텔아비브로 돌아 오는 비행기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선미씨가 무얼 하든 어떤 사람이든 평생토록 부모님 눈에는 한 없이 어리고 보호해주고 싶은 딸일꺼에요. 착한 딸이 되는 것 도 좋지요. 지금 당장 부모님을 더 많이 보러 오는 것 도 좋겠지요. 하지만 아무 능력이 없는 자식을 바라봐야하는 부모의 마음도 생각해봐요. 지금 당장 부모님 곁을 떠나 이렇게 오래도록 공부하는 것을 죄송해하기보다는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해서 어서 자리를 잡으세요. 외국이던 한국이던 어떻게서라든 조금이라도 평안을 찾으면 그게 부모님께는 더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지금 떨어져 있는 시간보다도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더 힘들꺼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것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빨리 자리 잡으세요. 그래야 부모님 한 시름 놓으시겠지요.”  

 늘 그렇듯 한국을 떠나며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에 12시간의 비행 내내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비행기 착륙 한시간 전 우연히 인사를 건네고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진지하게 조언을 건네주시던 아저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마치.. 우리 아빠의 마음을 대신 말씀해주시는 것 만 같았다. 우리 아빠는 마음이 너무너무 착해서.. 그리고 모두와 같은 “우리 아빠”라서.. 나에게 싫은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빨리 성공해서 자리잡으라는 식의 말씀도 절대 직접 하지 못하시지만.. 밝은 미소에 가려진 아빠의 마음을 읽어보려 했던 최근 몇년을 돌아보면, 그 마음 안에 쌓인 모든 것 은 알 수 없어도 아빠의 어깨는 그 이름이 가진 무게를 버티려 무던히도 힘을 쏟아부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빠는 많이도 지쳐있었다. 내가 어렸을적 무심코 지나쳤던 그 무게가 하루하루 더 깊게 내 마음 속 에 스며들었고 오늘의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저런 걱정과 미안함에 늘 가족과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해서 하루 빨리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부모님의 근심이 조금이나마 덜어 질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생각 없이 어서 나의 일에 몰두하며 바쁘게 살아가야한다.

길을 한참 헤맨 후 에야 해 지는 바다를 등지고 집으로 걸어오며 다시 한번 마음을 위로하며 다짐했다.. 언젠가는 지금 어지러운 이 길에서 조금이나 갈피를 잡고 강인해지길.. 누군가에게 짐이 되기보다 자력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지혜롭고 능력을 갖춘 사람의 위치에 닿을 수 있길.. 그래서 아빠, 엄마, 오빠에게도 감사함을 조금 더 많은 방법을 통해서 갚는 날이 오길.. 지금 밀려오는 한 없는 그리움과 미안함, 죄스러움 이 모든 것 을 잊지 말고 음악에 다 쏟아부어 결과로 풀어낼 수 있길..

Masterclass with Emanuel Ax

Masterclass with Emanuel Ax 

의미있는 시간. 의미있는 무대. 나에게는 이스라엘에서의 하루하루가 기회이자 꿈이고 매우 소중하다. 아쉬웠던 이날의 연주 조차 나에게는 그 어떤 것 과도 바꿀 수 없는 배움의 기회이거늘 늘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남는다. 

Brahms Piano Sonata op. 5
   
 

1 Corinthians 13:7Love never gives up, never loses faith, is always hopeful, and endures through every circumstance.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 나에게는 그 분의 빛나는 두 눈동자와 바다같이 넓고 깊은 사랑이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앞장서서 배우시고 일하시고 또 기도하시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내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곤 합니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에 사명감을 다시 한번 크게 불어 넣어주신 할아버지의 기도에 용기를 갖고 한발 짝 한발 짝 내딛어 봅니다. 여러모로 모자람이 많은 나에게 성실함과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근성을 삶을 통해 몸소 보여주신 분 이고, 또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저 멀리 한국에 계셔도, 하루하루 늘 잊지 않고 마음을 가까이 대어 그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 이 매우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화려함에 눈이 반짝이는 세상 안에서도 늘 포기 하지 않고, 믿고, 그리고 참으면서 한 길에 모든 열정을 바치길 기도합니다. 사랑으로 포용하고 나눔에 있어서 많이 부족한 나 이지만 늘 기도하고 노력하고 배우며 그 사랑을 실천 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기도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기도를 잊지 않고 늘 묵묵히 진실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연주가가 되길 기도합니다. 부족한 내 자신을 바라보며 피아노에 올린 두 손은 더욱 무거워지겠지만 지금처럼 음악을 열렬히 사랑한 적  없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이 사랑의 꽃 또한 고이 피울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는 이 음악이 오로지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어떤 이들의 영혼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도구가 되길 기도합니다. 

음악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시고, 의학을 통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시는 할아버지, 늘 감사하고 존경하고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6

2016년, 이스라엘 내 방 안에서 조용히 한 해 의 끝을 맺고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보고싶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하다가,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옷 장 안 에 흰색 셔츠를 꺼내 입고 사진도 한장 찍었다. 지금 이렇게 기도하며 내 자신과 주위를 살피는 고요한 시간 뒤 아무렇지 않게 다가올 또 다른 나날들.. 눈물을 흘릴 것 이고, 가끔은 내려놓고 싶을 때 도 있을 것 이고, 또 좌절할 것 이다. 그럴때마다 지금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 내 자신과 기도가 머리 속에서 흐려질 수 도 있겠지만, 지금 이 기도와 소망이 어느 순간을 맞이하던 늘 같은 자리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바란다.
2016년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 이다. 더 많은 기도와, 더 많은 연단의 시간과, 그리고 파도와 부딪히는 싸움까지도.. 많은 것 을 눈 앞에 둔 채 용기를 잃는다면 나는 결코 해내지 못 할 것 이다. 늘 하나님께 기도한다. 내가 조금 더 담대해지기를. 내가 조금 더 강해지기를. 내가 조금 더 주님께 의지하고 눈을 가린채 도전하기를. 흔들리는 마음과 일찍이부터 걱정을 앞서하는 두려움까지.. 그동안의 내가 늘 마주해야 했던 어려움이다. 사람으로서, 연주자로서, 딸로서 부족함이 너무나 많은 나 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용감한 마음을 갖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길 기도해본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연주자.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의지가 강한 사람. 가족들에게 짐이 아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그런 든든한 딸.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다시 믿고 또 믿는다. 내 자신을 믿는게 아니라, 부족 한 나를 이끄시는 주님의 강한 두 팔을 의지하고 믿는다. 이번 2016년도 끝까지 노력하고 끝까지 몸과 마음을 다해 쏟아 부을 것 이다. 
하나님, 2015년도 부족한 제게 끊임 없이 가르쳐주시고 몸과 마음을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에는 주님께서 이끄시는 그 길을 귀와 눈을 열고 바라보며 담대한 마음으로 걷겠습니다. 용감하고, 담대하고, 지혜롭고… 모든 것 을 다 떠나 제가 비록 예수님의 마음과 같을 수 없겠지만 그 소중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늘 기도하겠습니다. 
  

꿈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었다. 그렇게 반갑고 행복할 수 가 없었다. 나의 결혼식에 정말 고운 한복을 입고 오셨는데, 두 분을 마주 했던 그 순간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함에 두근거렸던 가슴이 꿈에서 깬 지금도 가시지 않고 여전히 뛰고있다.. 고요함에 묻혀버릴 수 있었던 하루를 더 없이 행복하게 해 준 성탄절 선물과도 같다.

오늘이 있기까지 어리고 나약한 내게 부어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게 된다. 두분이 떠나신 그 자리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쌓았던 그 그리움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아름다운 나무가 빼곡히 자란 드넓은 산과 같이 더욱 단단해지고 광활해져가는 것 만 같다. 지금 나는 그런 푸르른 산과 넓은 땅, 그리고 숨쉬는 나무들에게 의지하며 치유받으며 살고 있다.

산을 좋아하셨던, 나무를 좋아하셨던, 행복한 나무꾼 할아버지를 떠올릴때면 그 분의 성실하고 두터웠던 마음을 내 마음에 품어보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뭘 알았냐고 하겠지만.. 주말마다 피아노 연습을 끝내고 할아버지 집을 갈때면 4층 거실에서 늘 서계시던 할아버지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어느샌가 그 분이 서계시는 그 곳에 나도 모르게 먼저 눈이 가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내 기억 속 에는 늘 서계셨다. 가족들이 가고 올때도 늘 한결같이 바라봐 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내게는 그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첫번째 기억이다.

두번째.. 노란색 땅콩 초콜렛. 나는 다른 사람 눈에 그렇게 대단한 아이는 아니였지만 신사시장 과자집 주인 아저씨에게는 할아버지의 피아노 잘치는 손녀였다. 집 앞 과자집에 오셨다는 전화를 받으면 나는 늘 기뻐서 달려나갔다. 별거 아닌 아이였어도, 막상 할아버지 앞에 가면 부끄러움을 많이 탔어도,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한가득 사주시면서 또 고르라고 하시던.. 할아버지를 가까이 만날 수 있었던,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온전히 내가 되고 사랑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 과자보다도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늘 기다리곤했다.

세번째.. 김연아. 할아버지는 김연아 경기를 꼭 챙겨보시곤 하셨고 매우 자랑스러워 하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한국의 최정상 자리를 향해 무섭게 오르던 김연아 선수를 보시면서 내게도 늘 김연아 선수 이야기를 하셨다. 세계최고.. 할아버지는 내게 그러셨다. 한국의 최고가 곧 세계의 최고라고.. 물론 그 말씀이 지금으로서는 내게 조금 멀어진 듯 하지만 (아직 포기 하지 않고 달리고 있다), 대학을 막 합격하고 열정으로 가득했던 내게는 가장 큰 응원이자 할아버지와의 나만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것 같다. 가끔 아빠가 “할아버지가 김연아 선수 경기 보시면 선미 생각 난다고 하시더라” 하며 말씀을 전해주셨고 미국에서도 늘 전화카드를 구입해서 할아버지께 김연아보다는 못하지만 “늘 열심히 하고 있어요~” 라고 안부를 전하고 실제로도 매우 열심히 살았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푸름이와 “조연아” “한연아” 라고 서로를 불러가며 우리 시대의 가장 멋진 여성이였던 김연아를 동경하며 그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또 꼭 성공하리라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별거 아니였던 내가 행복하게 꿈을 꾸고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은 아마도 나를 향한 할아버지의 진실된 소망과 흔들림 없던 믿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나무. 할아버지는 늘 농장에서 많은 나무들을 가꾸셨고 또 사랑하셨다. 할아버지가 아끼셨던 농장 앞 큰 소나무부터, 먼곳까지 펼쳐져있던 그 많은 나무들을 정말 애뜻하게 가꾸셨다. 할아버지의 흰색 목장갑은 늘 내 기억 속 에 선명히 남아있다. 할아버지의 마음은 곧 그 굵고 곧은 나무기둥과도 같았고, 푸르른 잎사귀 만큼이나 청렴하셨다. 크고 투박한 나무 기둥을 잠시라도 감싸 안고 있을때면, 그 거칠고 마른 기둥 안에 살아있는 고운 숨을 나도 어느샌가 함께 쉴 수 있듯, 할아버지의 거칠고 굵게 주름잡힌 손을 잡고 있노라면 다시금 그 온기 가득한 손을 놓는게 싫어지기도 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숨쉬는 그 사랑을 느끼고 흡수하는 것 이 너무나도 행복했었고 그리고 그 분이 평생토록 나무를 바라보고 사랑하셨듯 나 역시도 한 길을 걸으며 변함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내 기억에 늘 살아계시고 그리고 힘들때면 꼭 이렇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세상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여 마음이 혼란스러울때 늘 한결같은 모습의 두 분이 나의 어두운 밤을 지켜주셔서 나는 행복하다. 어린날에 받았던 그 사랑을 늘 마음에 담고 이웃에게 나누며 살아가는 것 이 천국에서 바라봐주시는 두 분께 내가 드릴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마음의 뿌리를 깊게 깊게 내려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25/7/2015

드러내지 않는 삶.. 나도 모르게 무대에서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누군가에게는 속 답답하고 미련스럽게 보이는 삶이겠지만…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래도 그 분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마음을 흔드는 욕심을 바라보았을때 절대 손을 뻗지 않기를. 어느 곳에 가더라도 주님을 드러내는 음악을 하고, 누군가에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혼자 있는 이 시간에도 그 분을 바라보는 것. 기다리고 인내하는 그 끝에는 꼭 배움과 축복이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품는다.

뜨거운 곳에서 기도하고 싶다. 밤새도록.. 목마른 이 곳에서 지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지치지 않고 기도하고 싶다.

잘하고 있겠지 .. 내 친구 푸름이..  너무 먼 곳 에 있어서 일까.. 소식통도 끊겨버리고.. 기다림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다가도 푸름이를 향한 기도를 잊지 않는다. 정말 보고싶다.. 오늘도 너를 위해서 기도한다. 내 친구.. 잘 지내고 있길..

18/7/2015

봄, 여름, 가을, 겨울 .. 사계절이 지나고 또 다시 새 봄이 오듯, 늘 저 멀리 앞서나가는 듯 한 세상의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하는 내게도 언제금 다시 돌아오는 봄은 또 다른 시작점을 그리게 해준다. 누군가의 봄은 입춘의 차가운 공기로 기억되겠지. 누군가의 봄은 어깨를 감싸 안는 따뜻한 햇살이기도 하겠지. 나에게 봄은 가장 감사한 계절이며 기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생명이 시작되는. 멈 추었던 숨이 돌아오는 듯 한.. 내 삶에 가장 두근 거리는 계절. 2015년 한 여름에 벌써부터 2016년의 봄을 생각하며 막연히 기다리는 내가 문제이긴 하다만.. 2016년의 봄에는 내가 얼마만큼 성장해 있을까 기대를 하며 차근 차근 계획을 세우고 머지 않아 마주할 파아란 가을 하늘과, 차디 찬 겨울 바람을 대비 해본다.

늘 발전하고 싶은 욕심.. 나이가 들수록 가슴에 깊이 박히는 음악의 소중함. 소리를 들으며 행복하고, 어깨에서 부터 떨어지는 힘이 다다르는 손끝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해보고.. 배움과 발전에 만족하며 살아가기에는 나는 나이가 꽤 있고, 또 그에 맞는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는 것 같다. 쉴새 없이 열리는 콩쿨에서 상을 타는 주위 사람들의 소식에 작아지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도 잦아지고, 멀리서 기다리는 부모님들께 이렇다 할 소식 한번 제대로 전해드리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커진다.

늦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나의 계획을 차근 차근 적어보고 또 이 사람 저사람에게 연락을 넣어가며 머리 아픈 작업을 시작한다.. 워낙에 넉살 도 없었고, 사람을 멀리 하고 사랑 받는 것 을 영 어색해 했던 유난스러웠던 지난날의 나에서 탈피하는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러면서 내 자신을 다시 찾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야무지게 계획을 짜보자.. 물론 쉽지 않은 것.. 느낀다.. 괜한 부담과 걱정에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과 이럴떄마다 차디차게 굳어버리는 손 과 발.. 이럴때마다 어디에 물어볼 수 도 없고.. 참..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맨땅에 헤딩으로 이 곳으로 와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가는 것 처럼.. 다음 계절을 향해서.. 앞으로 디딜 땅을 생각하며.. 다시 부딪히자.. 어두운 방 양초에 불을 붙이고 이렇게라도 아무도 안 보는 이곳에 글이라도 적어가며 마음을 풀 수 있는 것이 어딘가.. 내 자신과 소통하는 이 시간이 별 거 아니지만 참 행복하다.
기대하고 고대하는 2016년 봄을 다시 한번 머리 속에 그리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