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괜찮도록 만드는 노력은 꾸준함 끝 어딘가에서 작게나마 그 빛봉오리를 피우게 된다. 이런 저런 실천의 시간 속 어느새 여름의 끝 자락을 걷고 있고, 나의 손톱만한 크기의 변화는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중 이다. 한눈에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게 자라나는 변화이지만, 그 누구보다 납작하고 울퉁불퉁하던 내 손톱의 약간의 생기 조차 거슬려 그저 모든 것 을 깎아내리고 물어 뜯어 피를 내던 내 성격상, 요즘은 있는 그대로를 보호하고 새로운 것 이 생겨나는 것 에 대해 그저 두고 보고 지내는 중 이다. 내 손톱도, 그리고 내 마음도… 좀 처럼 참아내기 어려워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던 첫 주 의 밤들이 기억에 스친다.
쓸데 없는 오해를 갖고 사람들을 대했던 예민했던 나의 과거는, 누군가를, 또 어떠한 사건을 용서하고 다시 새로이 사는 것 이 매우 어려웠다. 괜찮다 넘기며 게으르게 지나쳤던 것 은 아닐런지.. 나를 향한 편견에 괜한 두려움과 조바심이 솟았고, 말 없는 웃음 짓던 나 역시 내 자신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을 등진 채 어두운 편견 속 에서 자비로움 한 톨 없이 살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매우 잔인했던 마음이다.
아직 완전히 변했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내가 갖고 있던 착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기쁜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무던히 참고 잊는 사람이여야 했던, 그리고 늘 하나님께 반항이라도 하듯 억지로 감사해야했던 그 마음들이 독이 되어 나를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삶을 살게 한 것 만 같던 그 때 에, 나를 잘 알고 있던 친구는 무섭게도 “나는 너가 정말 걱정된다 선미야“ 한마디 건네었다. 아마도 고등학교때 이후 처음으로 들은 것 같다. 결혼 후 처음으로 찾아간 신혼집에서 콩나물 불고기를 먹으며 그 아이 앞에서 울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썼다. 어느순간 나는 괜히 우울감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있었기에, 내 친구에게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을 이미 경험한 내 친구는 나의 썩은 모습을 무섭게도 다 알고 있었고, 오랜시간 나를 위한 배려로 기다려준만큼 그날은 모른척 넘어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들었던 친구의 넘길 수 없던 걱정은 내 등 뒤에 서늘함이 쭈뼛 서게하며, 빨간 신호등처럼 나를 멈추었다. 그날 이 후 나는 슬픈 말을 멈추었고, 감정을 통제하려 무던히도 애썼다. 2주정도의 시간이 흘러 친구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 약간의 가라앉은 내 감정에도 이 친구는 그런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었다. 억지로 밀거나, 저 밑으로 끌어내리지도 않고, 그렇게 내가 고쳐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기다려준다. 언제나 내 고집을 앞세워 살아갈 수 없지만, 내 마음의 상태만큼은 더디면 더디는대로 두고 있는 중 이다. 하루에 한번씩은 창틀에 낀 먼지같은 생각을 지워낸다. 그리고 다시 일하고, 다시 잊어본다. 가끔씩 내 생각이 그을려질때면, 다시 닦고 또 닦아내며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려 한다.
세상 살면서 섭섭함, 속상함, 두려움, 이런 것 들을 내 삶에서 온전히 없앨 수 없음을 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 또한 더 나았을 수 도, 혹은 더 안 좋았을 수 도 없었음을 받아들인다. 괜한 섭한 감정이, 그리고 답답함이 내 정신과 몸을 지배하지 않도록, 그리고 나를 멍들게 하지 않도록 하려한다.
지금껏 내가 미워했던 모든 이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전한다. 일일이 그 이름들을 나열하기에는 혹여라도 잊어버린 이름이 있을까 미안한 내 사람들이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미안하다. 모두가 괜찮았고, 앞으로도 괜찮아지리라 믿고 있다. 차가운 어둠이 무서웠어서, 낯 뜨거운 민망함이 두려웠어서 그저 가벼운 웃음과 어줍잖은 변명으로 무마하면서까지 어른이 되지 않으려 했던 과거의 내 자신을 감싸안기도 하고 사랑해보기도 한다. 어른이 되는 길에 살짝 발 디뎌 본다. 그 길의 정의를 멋드러진 말로 풀어낼 수 없지만, 그저 편한 마음으로 걷는 길 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 억센 싸움의 시간 가운데 나를 매 순간 지켜보셨을 하나님께 부끄러운 용서를 빈다. 내 손으로 삶의 모든 불을 끈 채로 숨어 들어갔던 어둠의 시간 뒤에 가려진 그의 사랑과 축복이, 그리고 긍휼한 보살핌이 늘 함께 숨 쉬었기에 내가 다시금 평온의 빛이 서린 그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나의 모든 것 을 아시고.. 가장 마지막 종착점까지 알고 계신분. 하나님이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