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른 일로 병원을 잠시 들러 앉아있는 동안 앞으로의 치료 예약을 모두 취소 했다.
이틀 전 만난 사촌언니에게 지인 분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병원 영수증을 보고 난 후 공황장애가 말끔히 다 나았다고. 오랜만에 언니를 만나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대고 웃었는데, 그 일이 나에게도 생기다니.
스무번의 목요일동안 (아마도 더 많이), 내 카드 구멍 사이로 쉼 없이 빠져나갈 모래알 같은 “원”들이 눈 앞을 아른거리더니 한순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마도 하나님의 염려가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 일까.. 마치 그동안 아무일 도 없었던 것 처럼. 그리고, 치열함을 내려놓는 과정을 거치며 마음도 몸도 엿가락처럼 늘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솟구쳤다. 오랜 고민 끝 마음의 큰 다짐 안고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보려 했는데, 이렇게도 간단히 마음을 접어버리다니..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괜히 속이 구겨지며 화가 났다. 못난 내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딸의 마음에 속이 아프지만 늘 그렇듯 그저 그렇게 넘길 것 만 같은 엄마에게. 그리고 말 할 수 없는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화를 삭히느라 한참동안 말 없이 눈을 피하고서야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다. 참고로 그 누구도 나를 화나게 하지 않았다.
시커먼 머릿 속을 조금이라도 씻어내기 위해 7월 1일부터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아주 뻔한 것 부터, 나만이 기억하는 수많은 기억의 조각까지 빠짐없이 일주일을 채웠다. 감사함이 많아질수록 메마른 나의 마음도 느리게나마 기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도록,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도록, 작은 것 부터 지켜나가보려고 한다. 완벽한 승부를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지금껏 내가 피아노 쳐 온 것 처럼, 공부 해 온 것 처럼 매일매일 빠짐 없이 채워보자. 언젠가는 내가 사는 음악의 길 처럼, 마음의 길에서 또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인내와 기다림의 힘으로 중심 가까이에서 살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