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숨김 없이 온전히 털어 놓을 곳 이 필요했다.
지금 이 곳 말고, 방 안 에서 기도하는 것 말고, 작게나마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도 말고, 가족들에게 털어놓는 것 말고, 내가 실망을 안겨줄 나의 사람들에게 말고, 눈물도 미소도 없는 한선미를 듣고 연구하고 진단할 수 있는 의학 전문가를 찾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을 모르는, 들어주는 전문가..
하나님과의 대화 안 에서 내 목소리밖에 들을 수 없는 것 에 큰 혼란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참을성이 없어서 였을까, 내 두 귀가 굳게 닫힌 것 은 아닐까. 나의 기도는 그저 의미 없는 칭얼거림과도 같았다. 내 목소리에 잠을 자고 일어나고, 내 마음과 생각과 청각까지 지배되는 것 에 지쳐버렸다. 이말도 저말도 조심해야 할 것 투성이기에 차라리 입을 꼬매어 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나는 목소리가 아닌 마음마저도 잃을 것 만 같았다.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저 말 할 사람이 필요했다. 다시 반복하지만, 나를 모르는.
지금껏 살아오며 나는 기쁠때나 슬플때나 저 하늘의 주님이 나의 모든 것 의 답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의학의 도움을 빌려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 역시 그 분은 나의 행복을 바라실꺼라 생각했기에, 주저함 없이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무식한 사람의 신념에 의해 이루어진 착각이 아닌, 그저 내 영적인 믿음이다.
오랜시간 나의 몸과 마음을 자해 하는 가운데 잠시나마 찾아오는 골을 흔드는 울림 속 에서 평안을 얻었다. 멍한 나를 바짝 쫓아온 검게 덮인 하루에는 그저 자고 또 자며 흐르는 시간을 잊어보려 했다. 붉게 멍들어 다시 퍼랗고 검게 변해버리는 얼굴과 이마를 보면서 이 방법 말고 조금 더 획기적으로 내 자신을 미워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도, 세상을 떠나기에 아직까지는 덜컥 겁도 나다가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저 내 얼굴에 상처를 가득히 채우고 싶었던 이기적인 마음이 가득했다. 약을 바르고 얼룩덜룩해진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기쁨. 이런 나의 모습을 부모님이 보신다면 그분들의 세상 또한 무너지셨을꺼라 생각한다. 자식으로서의 도리가 아님을 알았기에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을 철저하게 숨기며 웃고 지내었다. 나의 병든 마음 때문에 사랑으로 키운 그 분들의 마음까지 상처로 물들게 할 수 없었다. 어찌보면 외국에서 살았던 나에게는 천만 다행인 일 일 수도.. 나의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것 을 바라보는 것 이, 그 무너진 세계를 비난 받고 눈치 보는 것 이, 허물어져가는 벽에 기대어 완전한 붕괴만큼은 막아보자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것 에 매 순간이 힘이 들었다. 그저 이것도 연단의 과정이겠거니 싶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참 나쁜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 되어있음을 느끼고, 무서웠다. 적색 신호다. 위험하게도 습관이 되어버린 이 어둠을 멈춰야만 한다.
아직도,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걷는 이 길이 그저 검다. 누군가는 이 것 이 나의 한계 아니냐며 조심스레 말을 전한다. 할 줄 아는 것 은 그저 사랑하는 일 을 열심히 하는 것 뿐 인데, 열심히가 전부가 아니게 되어버린 세상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치열히 살아내고 있기에.. 이곳 저곳 숨어있는 나의 먼지들을 털어 내다보면 뿌연 흙가루가 풀풀 날리며 모든 이들의 숨을 막히게 한다. 나의 시야도 그들의 시야도 그저 따가움으로 가득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을 막는 것 만큼 공포스러운 것 이 또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내 기억 속 나는, 평생을 그렇게 착하지도 않았고, 예쁘지도 않았고, 잘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행복하지도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행복하고 싶었다.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 잘 자라고 싶었다. 착하고 싶었다. 나의 역할이라 믿어왔다. 그것이 무슨 의미이던 간에.. 언젠가는 이 순간이 오리라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랜시간 꽉 움켜쥐었던 두 손을 놓으니 쉴새 없는 진물이 흐른다.
이제 막 시작되는 이 여정 가운데 새로운 길을 만나리라 기대해본다. 큰 기대는 아니더라도.. 실낱의 희망을 걸어본다. 그리고 막상 도전해보면 남들이 이야기 하는 것 처럼 나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닐 수 도 있다. 그저 조금 길게 앓는 자가면역 질환 같 은 것 일 수 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