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1

Roland Barhtes의 Jouernal de deuil, 김진영의 애도일기 “아침의 피아노“, 그리고 “이별의 푸가“.

공허한 시간이 연결 지어 한 길을 일구어낸 세 책을 읽고 또 읽는다.

사랑하는 대상이 남기고 간 빈자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날 나의 자리를 준비하는 조용한 마음.

엉키고 덮여있던 관계속 우리가 들이키던 자유라는 짧은 숨.

흩어진 후회의 조각을 다시 맞추며, 잃어버렸던 시간을 가슴에 다시금 새기는 이 모든 일들..

요즘 나의 시간의 흐름은 너무나도 거세고 빠르다. 이렇게 급속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조바심이 뒤엉켜 괜한 생각과 작은 걱정이 꼬리를 문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이 책 저 책 가방 안에 품고 다니지만, 정작 나는 현대음악과 독어문학에 관한 교과서를 읽고 있다. 시험을 위해 외우고 공부해야 하는 것 말고 읽고 싶은 책은 수도 없이 많지만, 괜한 마음을 다스리기보다는 계획한 일을 앞두고 게을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교과서를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그저 울적하고 몽롱한 생각에 덮여 살기보다, 빛나는 책임이 주어진 삶의 주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내 친구는 나에게 늘 묻는다. 너는 왜 맨날 슬픈 책만 읽고 슬픈 영화만 보고 슬픔 섞인 삶에 집착 하냐고. 딱히 자랑스러이 할 말 도 없고, 이런 내가 굳이 숨겨야 할 독서 패턴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끔은 악보 안에 쓰여있는 음표보다 검고 흰 악보 뒤 그려진 작곡가의 풍파에, 아니면 그들의 grotesque, 그리고 화려한 삶의 불우하고 진흙같은 이면에 더 큰 호기심이 간다. 아니면 못난 나의 마음을 다른 이의 삶을 통해 바라보고 싶은 핑계일지도…

작곡가를 공부할때도, 누군가를 만날때도, 자꾸만 나는 사람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는 습관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나의 모습은 집에서 받은 무한한 사랑 때문에, 그리고 가슴 한켠 남은 기쁜 순간들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늘 웃는 것 이 세상 전부라 생각 했던 나는 학창시절 작은 상처에도 크게 흔들렸던 기억 역시 많다. 내가 웃는 동안, 웃지 못할 사람들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사는동안 죽는 이들의 아픔이 마음에 걸린다. 나같은 아이도 이렇게 사는데, 다른 이들은 메마른 가슴 바스러지는 아픔을 어찌 견디어 내며 살까.. 어쩌면 쓸데없는 오지랖처럼 여겨질 수 있는 나의 슬픔에 대한 집착은 매 순간 내가 세상을 마주하는 눈에 새로운 빛이 되기도 한다.

살다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내가 용납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내 두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때, 내 곁을 모두가 떠났을때 흔들리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를 쌓는 연습 같은 것 일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품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그러려니 하며 놓아줄 수 있는 조금 더 어른스러운 관계를 위한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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