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Archives: December 14,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진자가 천명을 넘어서고, 우리들의 삶은 무언의 기다림 속 으로 차츰씩 잠겨들어간다. 매일을 만나던 너와 나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찬 겨울 공기 입김으로 함께 나눌 수 없고, 내 가족을 위해 뛰어야 하는 길이 막히고, 당장 내일의 하루가 알 수 없어 두근 거리는 가슴 부여 잡은 채 잠 못 이룬다. 잠깐의 기침에도 서로에게 놀라 집 밖을 나서지 못하고, 모두가 한 곳 에서 머무르려 한다. 하나의 질병이 주는 공포를 넘어서서 사회가 무너지고, 서로를 멀리하고, 더 나아가 어떤 이에게는 thanataphobia로 다가온다. 기회를 저 먼 곳으로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도 보내고, 스쳐 지나는 우연의 아름다움 또한 저 먼곳으로 보내고 있다. 이게 뭐 그리 어려운 일 이나며 호탕한 웃음으로 넘기기에는 많은 이들의 고통의 신음이 크다.

며칠 전 어려운 이 시기, 힘겹게 버텨내는 우리들의 마음을 보여준 하나의 관용구가 생각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많은 측면에서 쓰이는 쉬운 이음 말 이지만, 지금 우리의 삶 앞에 던져진 헤어진 굵은 밧줄과도 같다.

우리의 삶은 고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이겨낸다.

나는 내일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일과 인사한다.

배가 너무 고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려한다.

내가 서 있는 곳 정말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만의 답을 찾는다.  

너무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참는다.

너는 나에게 연락을 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다린다.

네가 너무 밉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우리는 너를 용서한다.

고통의 상대적 척도는 우리 모두 다르겠지만, 모두에게 아픔은 존재한다.  나는 그런 아픔을 그저 간과 하고 지낼 수 만은 없다 생각한다. 마음은 저 멀리 앞서 있지만, 현재  나는 해줄 수 있는 것 은 기도와 말 한마디 뿐 인 작은 사람이다. 언젠가는 함께 걷는 길의 사람들을 품어주는 큰 사람이 되는 것 이 최종목표이다. 그때까지 나의 사람들 역시 조금만 버텨내어주기를 바란다.

나 역시, 어려운 꿈에 도전하며, 온전치 못한 환경과 조건 속 에서 하루하루를 꿈을 향해 걸어간다. 어느날 밤 은 내 자신이 못나보이기 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설사 내 머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채, 하얀 아침을 맞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저 읽고 쓰고 또 공부한다. 이것이 맞는 길인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이 길을 걷게 되면 나에게 또 다른 길이 올 것 이라 믿기 때문이다. 모든 것 이 일시 정지 된 것 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헤엄쳐 나간다. 얼마나 빠르게 도달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한 다리 한 손  내 딛는 것 이 가장 소중한 것 이다. 우리는 얼지 않는 바닷물 안에서 그저 한폭 한폭 움직여야 한다. 절대 내 몸이 얼게 두어선 안된다. 차갑고 날카로운 파도에 내 몸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지언정 우리는 손을 뻗고 다리를 움직여 가라앉지 말아야 한다. 함께 손잡아 파도를 이겨내고 싶지만, 지금 우리가 이 헤엄을 멈추고 모든 것 을 놓아버린다면 결코 서로를 구할 수 없다.  너도 나도 일단 버텨내어 따스한 봄 오는 하늘을 기다려야만 한다. 허우적 물을 가르는 서로의 손짓 발짓을 기억하며 같이 움직이자. 내 곁에 네가 함께 물을 가르고 네 곁에 내가 함께 숨을 몰아쉬며 발버둥 치는 것을 아는 것. 서로를 위한 간절한 기도이자 바램이다. 나의 기도와 바램은 쉼 없이 헤메이는 우리의 헤엄이 펄럭이는 날개짓 되어 먼 하늘 가를 수 있을때까지 계속 될 것 이다.

12년만에 맞는 한국에서의 12월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환경이 바뀌면 또 다른 것 을 느낄 것 이라 기대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환경은 달라지었을지언정, 내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있었어도 우두커니 서서 맞는 칼바람과 같은 순간은 변함 없을 것 이다. 나는 누군가가 괴로움 에 몸을 뒤튼채 이 악물고 손을 놓는 모습을 보는 것 을 매우 어려워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포기 하지 않았으면 한다. 때론 현실적으로 옳은 경우와 결정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를 놓고 희망을 땅에 묻는 것이라면 그렇게 포기하면서까지 파도에 치여 힘 잃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의 삶이 내리막길을 걷는다 하여도 그 걸음 걸음 힘 주어 걷기를 바란다. 버거운 책임감과 밀려오는 부담에 삶을 뒤로 하지 말고 걷기를 바란다. 설사 내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버텨내어 다시 오르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이겨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삶도, 내 앞에 앉아있는 이의 삶도,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같은 공기를 나누는 저 먼 곳 의 이의 삶까지도.

오전 내내 한 자리에 앉아 문헌을 읽고 정리하다보니 엉덩이가 아팠다. 그래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채 글을 쓴다. 이 글을 마치면 나는 다시 앉아야 한다. 솔직히 나는 자신 없다. 이 모든 것 다 해내기 자신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다시 또 앉아 내 일을 하려한다. 지금은 이렇게 버티고 준비하는 것 말고 없다. 내일의 결과를 생각하다보면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욱하는 마음을 구겨 넣고 온전히 오늘에 충실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