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그리고 12월 1 일

굳게 다진 마음 붙잡고 한 달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었고, 걱정 속 에 새로운 달 의 첫 하루 맞이를 준비하였다. 주일 하루 종일 귀한 찬양의 시간을 통해 마음에 금빛 불 밝히고, 그렇게 12월 첫 날을 바라보던 침묵의 11월의 마지막 밤.

이 밤, 모두가 얼어붙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던 그 사람의 글에 나도 모르게 바다위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렸다. 내 무지함으로 인하여 한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내 가슴은 땅을 마주하였다. 나의 최선에도 나의 부족함은 여지 없이 드러나나보다. 애써 숨겨왔던 그동안의 불안했던 내 마음이 질서 없이 채워진 바닷 모래 알 속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잠깐의 파도의 움직임에 형채를 알 수 없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바다에 쓸려 높은 성벽의 자취를 감춘 나의 마음은 결국 나를 또 다시 맨땅을 밟게 하며 바들바들 떨게 한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웃음 뒤로 숨기는게 성장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라 생각했지만, 오늘 나는 항상 걱정 안고 살아왔던 예전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가슴의 평온함. 어려운 시간 보내는 동생을 도와주려 작성했던 과제가 독이 되어 돌아와 나를 삼키는 것 만 같다. 억울함과 분노 섞인 마음보다도, 나의 부족함을 날 선 말과 눈빛으로 채찍하던 예전의 무섭던 얼굴들이 떠오르며 식은땀이 등을 타고 내린다. 지나간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 나의 가장 큰 삶의 숙제 중 하나 였는데, 어제를 다 잊은 것 같았던 오늘 나는 다시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를 마주한다. 나의 부스래기 마음과 풀려버린 두 손과 발이 예전의 기억을 더욱 더 또렷이 상기 시키게 한다.


여러가지 일을 함께 해내지 못 하는 여유 없는 나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과감없이 도전장을 내밀며 도움을 자청하였다. 그런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그 아이의 삶이 무너질까봐.. 나로 하여금 웃기를 바랬지만 혹여나 더 잘하지 못해서 상처 많은 그 삶이 더 아파질까봐. 결국 그 뾰족한 화살이 내 가슴을 뚫게되는 두려움. 내일 또 그 아이를 바라보며 괜찮다고 다독여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문득 앞선다. 고작 과제 하나에 이렇게 힘이 들까? 아니다. 고작 아니다. 우리에게는 대차게 뚫어내어야 하는 막힌 숨구멍이었다. 누군가를 품고 위로하는데에 있어서 나는 어리숙한 마음만 앞설 뿐 부족한 현실에 늘 좌절한다. 이렇게 어리숙하고 어눌한 마음에서 나오는 친절과 사랑은 나를 늘 시험 한다. 나의 목을 꽉 쥔 이 시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느새 검은 밤의 시계는 12월 1일 3시를 향해간다. 좀처럼 진정할 수 없는 마음을 쓸어내리고 눈물을 삼켰다. 이렇게 검은 파도가 나를 향해 무섭게 돌진할때면 나는 아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쓸려 모든 것 을 잃는 것 만 같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나의 연약함이 나를 이리저리 흔드는 것 이다.


오늘은 오랜시간 정성들인 원서들을 제출하는 그 마지막 날 이다. 수년을 갈망했던 그 꿈에 한발짝 용기를 내어 걸었고, 그런 나의 무거운 첫 걸음에 쉴 새 없이 건네던 많은 도움의 손길들에 감사했다. 부족한 나를 매일 마주하면서도, 이렇게 출발점에 설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그저 기쁨의 마음이 벅차다. 가장 중요했던 한 해의 오늘, 나는 평탄 할 수 없었지만, 나보다 더 평탄치 못한 하루가 되었을 사랑하는 동생과 또 다른 어려운 걸음의 삶들을 위해 나는 그저 아무 말 도 할 수 없다. 그저 그 아이와 나의 마음을 굳게 지키는 것 뿐. 그리고 주어진 내 일 또한 잘 마무리 하는 것. 나도 너도 세찬 바람 부는 이곳에 서서 절대 쓰러지지 않고 걸음 옮기기를 사랑으로 기도한다.


나의 선배들은 원서를 제출하는 매년 12월 1일 저녁, 시험의 첫 단계를 애써 마친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연습실 문 뒤에 몰래 숨어 케익에 초를 꽂고, 준비한 손편지를 건네며 기도해주었던, 어린 아이들처럼 바라만 봐도 좋았고 또 슬펐던 지나간 시간들이 뇌리속을 스친다. 함께 하던 사람들의 빈 자리가 유난히도 크게 느껴지고, 모두가 그립다. 추워진 새벽 밤, 다들 안녕하기를 바라며 검은 잠 청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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