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것 인 것 만 같던 이 세상의 공기가 유난히도 멀게만 느껴졌던 어제의 아침, 엄마는 부산에 계신 할아버지를 뵈러 갔고, 함께 가지 못 한 나는 늘 그렇듯 잠깐의 통화로 안부 인사를 전하였다. 할아버지와 통화 하는 그 시간 만큼은, 그 어떤 세상의 나보다도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 되는 것 만 같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런 근사한 모습의 나.. 오로지 할아버지만이 그런 나로 만들어주신다.
“아 한.선.미. 니는 이제 부산 안 올꺼가?”
“아녜요 할아버지, 저 다음주 화요일만 지나면 바로 할아버지 보러 가야지요”
“아이다 바쁜 거면 안 와도 된다! 너의 청춘이 행복하고 바쁜 날이 있다면 그게 기쁜거다. 하지만 보고싶다. 빨리 와라. “
부담에 부담 한 근 또 얹은채 내 정신은 하늘과 땅을 번갈아 오가는 요즘, 할아버지를 보러 가지 못한 것 에 대한 무거운 마음이 한 뼘을 너머 자라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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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아주 어릴적 기억 속 서로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당신은 지금의 나를 깨운 가장 첫번째 사람 입니다
나를 다시 살게 한 사람입니다.
아주 보통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준 사람입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배움의 시간은 숨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도 멈추지 않기에, 내가 모르는 세상과, 그 세상에 속한 다른 이의 이야기와 노력을 높이 사며, 내가 지녀야 하는 겸손함을 늘 손과 마음에서 놓지 않게 하는 열정의 사람입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는 지금껏 포기를 몰랐으며, 그저 그런 아이였던 나를 사랑해주는 당신에게 두터운 마음의 빚을 진 채, 빠르게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아쉬움 가득 쌓이는 오늘을 멈추고 싶습니다.
세상에 용기내어 손을 뻗고, 사람을 사랑 하는 법 을 배우며, 하나님과 나 사이에 맺어진 기도의 언약 밤 낮으로 실천 하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당신이 함께 하셨기에 나는 단 한번도 멈출 수 없었고, 앞으로도 이 길 그대로 묵묵히 나아갈 것 입니다. 당신에게 보고 배운 그 사랑을, 훗날 내 자녀들에게 그대로 남김없이 전해 줄 것 을 약속 합니다.
부모님 마저 어려운 상심에 휩싸여 무모한 나의 길을 의심하고 내 고집을 꺾으려던 험난한 순간에도 나를 포기 하지 않았고, 자식이 걷는 길에 끝 없는 희생은 온전한 부모의 몫이라며 무조건 적 인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던 당신은 나의 은인이자 큰 사랑 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할아버지가 얼마나 멋진 이 였는지 세상 가장 멋진 액자에 고이 담아 내가 기억하는 아주 작은 순간까지도 마음에 걸어두고 바라봅니다. 매일의 실천으로 삶을 살았고, 열정으로 높은 벽을 넘어섰으며, 호기심으로 지경을 넓혔고, 겸손함으로 책을 손에 놓지 않았고, 사랑으로 우리의 손을 먼저 잡던 할아버지.
언젠가는 당신이 이 세상에 안녕을 고하고 먼 길 떠날 것 임 을 압니다. 나의 오직 한가지 두려움은, 떠나간 당신의 자리를 보며 이제 나를 보여줄 그 누구도 없다는 것 입니다. 보잘 것 없는 자랑 그저 기쁨으로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 도 섭섭합니다. 하지만 축제와도 같은 삶 열정으로 살아오신 만큼 나 역시 그런 당신을 축복하고 기억 하며 주어진 길 걷는 준비를 합니다.
당신이 지금껏 나를 부르는 “한교수”. 그럴듯한 단어의 폼새만큼이나 무거운 부담감보다도, 선한 것 하나 없는 손녀의 기를 살려주시려 그렇게 불러주신 것 이라 생각하며, 예나 지금이나 감사한 그대만의 한교수는 당신이 사명을 다 하고 하늘 길 걷는 그 날 까지 보고 배운 최선을 다해 사는 삶 살며, 열정적인 삶 선물 할 것 입니다.
일주일 후 에는 나의 이 간지럽고 유난스러운 사랑의 마음을 글로 적어 전하려 하오니, 그런 나에게 섭섭치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매일을 기다리게 하고, 기대 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