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뜻 대로 안 되는 것 이 너무나 많기에
내가 소망하는 것 을 모두 담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 작기에
아주 가끔은. 아주 가끔은. 두려움이 한발 먼저 앞선다.
버선발로 달려나오는 이 혼란스러운 아침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라곤 그저 애써 무시하며 하던 일 하는 것.
매일 아침, 오묘히도 나를 옥죄는 두려움을 뒤로 한채 같은 하루를 시작하는 것 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것 만 으로도 그저 감사할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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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내가 어느 시간에 맞추어 살아가는지 잘 모를 때 가 많다. 독일의 시간에 살다가, 미국의 시간에 살다가, 다른 이의 시간에 살다가, 나의 시간을 찾으며, 정신 없는 때 를 보낸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3개월을 너머 이제는 점점 이 환경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익숙한 생활 속, 요새 나의 마음은 무조건 한 곳 만 집중하여 살고 있다. 다른 것 들 을 굳이 돌아보지 않으려 하고, 다른 마음에 귀 귀울이는 것 역시 잠시 멈추고 지내고 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 에 대한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오로지 하나만 생각하며 산다면 무언가 이루어질 것 같은 무모한 기대가 내 마음 한켠에서 자라나고 있나보다. 가끔은 서점을 지나며, 사고 싶은 책 목록을 계속해서 채우고, 12월 시작 될 글쓰기 시간도 마음에 꼭꼭 넣어둔 채 버거운 오늘의 11월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기도 한다. 차가운 파란색의 하늘을 사진에 담고 싶은 어린 마음도, 잠시 내려놓고 빠른 걸음 걸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이 모든 것 을 지나치게 자제 하는 이유는, 한가지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 하나 때문이다. 어리숙한 생각일 수 도 있겠지만,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진지하게 임하는 것 이 최선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최고가 아닌 나는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최선의 노력과 선택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한 눈 을 팔면 모든 것이 사라질 외줄타기 시간이다. 그래서 다른 아름다움에, 다른 즐거움에 잠시라도 내 마음이 현혹 된다면, 지금껏 아슬아슬히도 쌓아놓은 이 모든 것 들 을 손에서 놓칠 것 만 같다. 불안함과 안도의 시간을 오가며 많은 것 들을 외면하려 애써본다. 그저 괜찮은 것 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보지만, 오늘도 불안하고, 오늘도 조마조마하며, 오늘도 걱정이 가득 찬 나를 덮는 겨울 하늘은 그와 달리 너무나도 예쁜 것 같다. 아주 잠시라도 내 머리 위를 올려다보면 안 될 것 만 같다.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 오로지 내가 일궈내어야 하는 일 안 에서만큼은 그 어떤 운명도 믿지 않는다. 우연에 기대지도 않으려 한다. 하루하루 쌓아가는 정성을 믿고, 찢어진 나의 마음을 기워 아슬하게 줄 타기 하며 산다. 말도 안 되는 꿈을 바라기 때문이 아닌, 그저 내 앞에 놓인 계단 앞에서 최선을 다해 올라갈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지금은 하나만 바라보고 걷는다. 그 길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 들 은 잠시 뒤로 미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