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를렀을까?
목 뒤를 타고 내리는 찌릿한 고통에도 그저 천천히 돌아 누워 얼굴을 파묻는 오늘까지 네 마음이 얼마나 아려왔을까. 도대체 어찌하며 살았길래 마음 속 에 곰팡이 그득핀 슬픔만이 자리하게 되었을까. 너 자신은. 네 주위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우리는 도대체 무얼 했을까… 머리가 아파온다.
스물 다섯 살의 네 시간은 울퉁불퉁 가시밭길 만 보이고, 슬픔을 뿜어내지 못해 구석구석 삭아가는 너를 내 마음 속 에 그려본다. 나는 너보다 조금 더 산 사람으로서 “이겨낼 수 있어. 수고했어” 라는 말 밖에 해줄 말 이 없다. 그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지 못 할지 알면서도 저 멀리 독일에서 무식한 내 진심이 닿기를 시도해본다.
맑고 고왔던 네 두 눈은 어느새 무겁게 내려 앉아 마주칠 수 없다. 예쁜 얼굴은 저 먼산을 향해 바라볼 뿐 나는 너를 볼 수 없다. 그저 남은 것 이라고는 전화기 너머 들리는 너의 착한 목소리 뿐. 어쩌다 너는 모두의 짐을 이고 살아가는 아이가 되었을까. 나는 너가 이렇게 될 때 까지 왜 한번도 너를 꺼내려 하지 않았을까. 너는 괜찮을 것 이라는 믿음에 우리 모두가 너를 계속 내버려 둔 것 은 아닐까. 나에게는 그저 살면서 어쩌다 겪게 되는 우연한 변화라고만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우리 모두가 무지 했고, 날카롭기 그지 없고, 이기적 이었다. 너는 그 어떤 선택의 여지 없이 짊어야 했던 이 무거운 책임감을, 그리고 희생의 고통을, 목젖까지 차올라 네 피부색이 바래버린 오늘까지 버터야만했다. 더는 손 쓸 수 없던 이 아픔을 이제야 우리에게 쉴새 없이 쏟아낸다. 네 의도와 상관 없이 쏟아지는 그 원망은 우리를 미안하게 한다. 그리고 부끄럽다. 네 마음이 가장 아픈 것 왠지 알 것 만 같다.
나에게는 “네게 어쩌다 생긴 변화”에 놀라기 바빴던 시간이었고, 너는 참으로 장하게도 오랜 시간 버텨낸 것 이다. 그렇게 네가 슬픔을 나누니 우리는 그저 갑작스럽고, 미안할 뿐 이다. 그래도 잘했다. 그리고 고맙다.
어쩌다 마주한 변화가 아닌 그 길에서 너는 충분히 오늘이 올 것 을 알고 있었고, 하루라도 네 희생의 시간을 늘리고 늘려 오늘 가장 아픈 것 이라고. 지금 가장 아픈 시간이 너를 지나 저 멀리 공기 속에 사라졌으면 한다.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 이런 아픔을 알게 되어 다시금 미안해. 너를 향한 내 마음의 자리에서 항상 눈을 떼지 않을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