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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한때는 내 자신의 연민에 빠져 슬픔만이 나를 채우던 때 가 있었다. 묵묵히 걷다가도 어느날은 한없이 조급해지고, 나도 모르게 상처받은 것 을 기억에서 끄집어 내어 용서 하지 못 했다. 내가 생각했던 기준이 무너지는 것 에 크게 흔들렸고, 나의 반대편에 서 있는 다른 이 의 눈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나 혼자만이 지고 가는 삶이라 생각했고, 가끔씩은 이 길이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를 위해 희생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차마 고마움을 표현 할 수 없었다. 내가 택한 이 길이 부모님, 가족, 친구들, 교수님, 나를 아는 언니 오빠 동생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돌을 나누어 지고 걸었던 복된 길 임을 알지 못했다.

과연 나는 인격적인 관계를 위해 성실히 기도하며 살아왔나 의문을 품는다. 나에게는 그저 하늘에 대고 소리 치고 밤마다 울며 바래오던 날이 더 많았다. 이 관계의 중심이 어디에 있었나 생각해보면 오로지 내가 보고싶은 세상이었고 내가 그리던 결과 였던 것 만 같다. 내가 처한 상황의 변화를 위해 기도해왔고, 내가 속할 안전한 삶을 위해 기도해왔고, 내가 기뻐할 결과를 바래왔던 삶이었다. 오로지 나.. 내가 찾아오기 전 그 자리부터, 홀연히 남기고 떠난 발자국까지 지켜주시던 큰 축복에 감사하기 보다는 원하는 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들 에 대한 원망과 그로 인해 마주하게되는 나의 초라함에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기다림을 통해 역사 하셨던, 그리고 많은 것을 보게 해 주셨던 선물에 크게 감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치 원하던 생일선물을 받지 못한 어린아이의 투정과도 같이 “내가 원하던 것 은 이게 아닌데.. 저번에 기도 많이 했는데..” 하며 같은 말만 쉴새없이 되내이며 섭섭함을 표하고, 다음날이면 또 다른 새로운 선물을 마음 속 에 정하고 기다리곤 했다. ” 내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 이번에는 주시겠지. 이번에는 꼭.. 꼭  주시겠지..” 반복된 삶을 사는 때 에는 알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자 였는지.. 내가 받은 것 이 얼마나 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누리고 살았는지. 아쉬운 마음으로 떠난 내 마지막 발자국은 지금도 고이 지켜지고 있었으며 어떠한 사고도, 어려움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 하나의 소중한 축복의 기록으로 새겨져있다.

오늘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슬펐다.. 코로나로 인해 고군부투했던 삶에 더 큰 돌덩이가 얹어진 이들의 고통이 이곳 저곳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숙한 희망으로 살아가며 따스한 빛이 나를 감싸기만을 기다리는 내 자신을 보니 한 없이 부끄러워졌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 위로의 말과 기도밖에 없는 것 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는 그래도 편할텐데 무슨 걱정이냐, 네 아버지 돈이 있는데 어디서 안전한 삶 타령이냐는 지인의 말에 예전처럼 섭섭한 감정이 짙어지기 보다는, 그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뿐 이다.  나도 모르게 자리하던 안일한 마음가짐이, 세상을 바라보는 게으른 시선이, 그 와중에 누군가를 위로하려던 오지랖이 그 사람에게는 괘씸해보였나보다. 내가 뭐라고 화를 내나.. 아무것도 아닌 내가 그 사람 말대로 그저 운이 좋았어서 지금까지 큰 걱정 없이 지내는데.. 사람들의 짐을 모두 지어주지는 못 할 망정 또 다른 결과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거리는 나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니..  무엇이 잘못 된 것 일까. 내가 어떻게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여러가지 고민과 자책이 섞이는 와중에 괜찮은 척을 하려해도 누군가의 말이 날선 창이 되어 깊숙한 곳 이 찔린 듯 많이 아프다. 그 창을 억지로 뽑을 수 없음에 마음이 하루종일 뻐근하다. 그냥 그렇게 꽂힌 채 로 조용히 지내는 것 이 맞는 것 일까.. 어떤 말로도, 어떤 마음으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내 자신을 방어할 수 없음에 마음이 무겁다. 그저 지금은.. 내 자신을 내려놔야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말 “나”는 중요치 않다.  그동안 내가 모든 것 의 중심이 되어 복을 누리던 삶을 살았던 것 에 감사하다면, 다른 누군가의 말을 조금 더 이해해보려 한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은 크게 지치기에. 두려움도 가득하고 실망도 가득하기에.. 뒤죽박죽 된 세상 속 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도 없을 것 이라고 믿는다. 그저 힘들기에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다고.. 섭섭한 마음을 참아 넘기면 괜한 미움이 생길 것 같아 글에 담아 마음을 풀어낸다. 오늘만큼은.. 아프긴 해도 오늘만큼은 “나”를 잊어보려한다. 앞으로도..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서도 내가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아닌, 자연과 나 사이에서도 내가 아닌.. 모든 것 에서 내가 아닌.. 내가 아닌 곳 에서 선한 것 을 보려한다.

멈춰진 시간 2020

 

COVID-19 가 온 세상을 멈추었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소망을 짖눌렀고, 행복을 막았다. 지난 한 달, 나 역시 멈춰버린 봄을 맞이하는 것 은 마치 한 밤 중 낯선 이 의 검은 그림자가 나를 덮는 것 만 같은 느낌이었다. 3월에 시작된 독일의 코로나 봉쇄로 인해 독일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하늘에 쉴새 없이 부는 겨울바람과 같은 바이러스의 공포까지 더해져 방 안으로 숨어 들어가 모든 것 을 멈추기 급급했기에 제대로 된 정신 조차 차리기 어려웠다. 한달여가 지난 4월의 아홉번째날을 맞이한 뮌헨에는 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운 봄햇살이 내렸고, 아직 녹지 않은 코로나의 추위에 맞서 한층 따스하고 밝은 하늘로 우리를 감싸 안는다.

 

모두가 멈출 수 밖에 없는 내 이웃의 죽음의 공포 앞에서, 나의 3월은 욕심과 교만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같겠지만, 해내어야만 하는 일들의 연속, 그리고 그 부담에 그득히 쌓여가는 사소한 걱정과 예민함이 불꽃처럼 튀던 나에게 급정거된 시간 속 에서 피어난 공허함은 끝 없는 생각을 풀어내게 하였다. 학교가 멈추고, 어렵게 얻은 연주 기회 마저 없어지고, 언제까지 미뤄질지 모르는 인터뷰와 오디션 앞 기약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것 이 쉽지 않은 일 이었지만, 한때 마음속에서 풀지 못해 담아두었던 현실적인 걱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그에 가까운 답을 찾을 준비를 하였다.. 사실, 바쁜 와중 매년 봄마다 단 한번도 빠짐 없이 찾아오던 혼란과 슬픔은 나의 정상적인 삶의 패턴을 송두리째 흔들곤 하였다. 밤낮 가림 없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극을 달해 눈물까지 메마르는 시간이 오지만, 이번 해 만큼은 그 혼란이 조금 덜 한 것 만 같다. 나라는 사람이 마주해야 했던 자만 섞인 두려움 앞에서 셀 수 없는 허망한 죽음을 보게 하시고 누군가의 눈물을 보게 하심으로 철 없던 나의 반항심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그리웠던 친구 하나와 함께 대화를 하며 마음에 행복을 심었고, 이렇게 어린 나의 마음에도 혼란의 파도 속에서 참고 이겨내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한 해 도 빠짐 없이 찾아오던 어두운 이 시간을 맞이하고 이겨내는 것 은 말처럼 쉽지 않음을 느낀다. 상처의 아픔은 상대적인 것 처럼, 나는 나의 시간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내 삶에 가르쳐준 또 한가지는 나도 모르게 반복해서 되내이는 인내와 지혜가 지금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 가운데 간절한 기도가 될 수 도 있다는 것 이다. 나의 걱정이 얼마나 가벼운 것 인지, 나의 혼란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사치인지 되내이게 되었다. 평소와 달리 근심을 마주하려는 내 모습이 영 낯설게 느껴졌던 2주의 시간이 지나자 나는 어느새 머릿 속 계획을 하나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2020년 가을, 내가 어느 도시에 어느 나라에 있게 될지 아직 아는 것 은 없지만, 그 곳 이 어느 곳 이던 간 에 새로운 시작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용기를 내어본다. “언젠간 마주할 시간”을 바라보며 두려움만 가득했던 내게도 이런 새로운 출발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다.  몸과 마음에 익숙해진 바쁜 날들이 여느때처럼 7월까지 이어졌다면 다음 출발지를 찾아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만 같다. 두려운 봄의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스쳐간다. 지난 몇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 에 내 마음을 꼭 붙들고 지켜본다.

 

나의 삶 속 여러곳을 짚어보고 탐구하며 나름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면서도 끊임 없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아직도 나를 가슴 아리게 하는 것은 큰 변화 없이 같은 곳 에 자리한다. 특히나 금전적 수입과 생계수단이 끊긴 사람들에게 드리워진 그늘은 차마 뭐라 표현 할 수 없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바래왔을 “인생의 기회” 가 굳게 닫혀진 문 너머로 허망하게 떠나버리기도 했다. 손 쓸 새 없이 퍼지는 바이러스로 인해 생겨난 무작위적인 죽음의 굴레와 멈춰진 세상 속 생계가 끊겨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이고 사는 삶 그 사이를 잇는 선에서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 무력감을 느낀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려놓은 채 안간힘을 쓰며 살려내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 여러곳에는 아직도 아픔의 흔적이 가득하다. 상처가 깊은 그들을 생각하며 그저 꼭 잡은 두손에 기도를 담아낸다. 죽음 앞에서 아무 손 쓸 수 없는 것 도 고통이고 배와 가슴 속이 곯아 봄 햇살에 피워나오는 아름다운 새생명 앞에도 그저 슬픔만이 그득한 사람들의 삶 역시 고통이다. 그저 이 모든 것 이 빨리 끝나길..  우리네 세상이 마주하고 있는 이 변화들이 주님이 허락하신 필연적 고통과 연단의 시간이라면 아픈 이들을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치유하시고 세상 곳곳에 고인 눈물을 하루 빨리 거두어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