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에서부터인가 나를 보호하는 강한 힘을 느낀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강인한 무언가. 힘든 일이 있어도 나도 모르게 버틸 수 있는 이유를 생각 하다보면 하늘에게 감사하곤 한다. 살면서 하나님을 크게 원망해 본 적 없도 없고, 그렇다고 감사함이 흘러 넘쳐 세상을 그저 색채 가득한 아름다움이라고 혀 내두른 적 역시 없다. 한때 나를 채우던 오만함을 고치려 들던 시간을 통해 많은 것 을 배우고 회개했다. 물론 그 회개는 지금도 끝이 없지만.. “그리 나쁘지 않던” 세상은 더욱 더 어두운 색으로, 분별할 수 없는 불결한 것 으로 변해가지만, 그 안에서 나도 모르게 계속 붙들게 되는 소망은 요새 들어 나를 매일 아침 일으킨다. 내 삶의 겨울, 그리고 한 해의 겨울을 맞이할때면 어두움을 버티는 것 이 두렵고 버거웠던 때 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 을 통치하는 듯 한 무언가에 이끌려 거뜬하게 시작할 수 있는 오늘의 이 “힘“이 그저 고마울뿐이다.
방랑자처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늘 좋은 기억만 가슴에 품고 떠나려고 노력했다. 떠돌이 생활을 하여도 돌아갈 품이 있기에, 그 어느 곳 을 가던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며 마음 속 쉼터에 기대 누웠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에 대한 원망 역시 많이 내려놓게 되었고, 기억을 온전히 내 위주로 새롭게 만들어내지 않게 되었으며, 내 자신을 수도없이 다그쳤던 독한 고집 역시 반성하게 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 상태에서 무언가에 집중 하기 수월해 졌다.
나를 붙드는 이 물리적이고도 영적인 힘은, 끝을 알 수 없는 이 곳 에서의 삶에 큰 활력이 된다. 무언가에 이끌려 일어나고, 잠도 푹 자고, 하루하루를 이어나가고,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을때 속 좁게 담아두는 습관에서 멀어진 내 모습을 발견한다. 완전히 벗어난 것 은 아니지만 진귀한 작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픔을 느끼고 최선으로 보듬기 위해 내 자신도 아파야 한다는 무조건 적인 고집이 아닌, 만나는 이들의 경험과 삶에 녹아든 희노애락을 고루고루 느끼고 배우는 것 에 더 집중하고, 아닌 것 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내려놓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한다.
이러한 “힘”에 푹 안긴 기분도 좋고, 마음의 평안만을 바라보고 걸으니 피아노 치는게 더욱 즐겁다. 어려운 일 속 에서도 참 좋은 교수님 만난 것 이 감사하다. 내 부족함만을 늘 탓 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본다. 바로 그 시간이 나의 연습 시간이고, 레슨 시간이다. 4년을 바라보고 있는 교수님과의 시간이 늘 행복하고 즐거웠다. 아직까지도 사적인 대화는 크게 나누지 않지만, 그저 모든 것 에서 벗어나 음악만 파고드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레슨 시간이 길어져 땀 맺힌 콧등을 타고 안경이 계속해서 흘러 내릴때면, 오늘도 가슴에 맺힌 울부짖음이 끝 없이 물결 일어 음악이 되었구나 싶다. 부족한 나도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이 목소리가 사람들에게도, 내 귀에도 조금씩 들리는 것 이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하구나.. 모든 기쁨과 아픔을 침묵으로 일관하며 속 썩히던 지난 날보다 지금 나느 훨씬 행복하다.
내 부족함을 인정하니 가슴이 그리 가벼울 수 없고, 배움의 축복을 받은 것 에 감사하니 끝 없이 들어온다. 내 자신에게 작은 변화가 피어남에 감사하고, 어려운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밝게 바라보고 크게 마음 두지 않고 지내는 것 에 익숙해져서 감사하다. 묵묵히 길 찾으며 살 수 있음에도 지극히 감사하고, 부족한 나에게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매 순간 주어짐에 감사하다. 아무리 걱정이 많아도 잠을 잘 잘 수 있어서 감사하고, 깨끗한 정신으로 하나씩 해결하게 하심에 감사하다. 그 “힘”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지금 나를 가득 채운 이 귀중한 힘이 한 낮 꿈에서 깨면 형체 없이 떠날 바람의 방문이 아니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