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Archives: August 25, 2019

오늘 하루를 지배한 생각들

하루에 몇번이고 내 자신의 무능력함에 한숨을 쉬곤 한다. 끝까지 이 길을 완주하길 기도하며 버티고 있고, 마지막 선 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며 묵묵히 걷고 있지만, 그 어느곳에도 닿지 않는 것 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잠시 마음이 떨려온다. 오직 할 줄 아는 것 이라곤 피아노 치는 것 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삶도, 나의 연주도, 나의 진심도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 모든 것 에서 멀어져가는 내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다가도 현실적인 벽 앞에서는 마음이 아려온다.

관심을 통하여 마음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 한다. 누군가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실력과 스타일이 곧 그 사람을 판단하는 성적표와도 같아지는 이 시대에 내가 부족한 것 이 너무나도 많다. 제대로 쌓지 못한 내 실력 말고도 내가 무언가 단단히 잘못했나 싶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미움을 샀으면 그 미움이 비웃음을 너머 무관심으로 변했을까. 알 수 없는 이유가 조여와 숨이 턱 막힐때 현실 세계에서 나에게 다시금 말을 건네며 뒷머리를 내려친다. “너는 없다 없다 인줄까지 없다”. 인줄..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그 인줄의 힘 앞에서 무너지는 느낌이다. 실력도, 인줄도 없는 나는 유럽 한 가운데 고집스레 떠 있는 미운오리가 된 것 만 같다. 유학생활을 하며 무엇을 지켜내려 했는지 잘 알기에 오늘날의 내 모습이 크게 놀랍지 않다만 예고 없이 스치는 쓰라림에 반복하여 큰 숨을 내뱉어본다. 누군가에게 의지 할 수 없이 혼자 서는 것 은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음악계에서는 절대적인 누군가의 지지가 필요한 것 같다. 온전한 나의 힘으로 일어나기에는 나는 가진 것 이 너무나도 없다. 열심히 사는 삶은 우리 모두의 것 이기에 나의 “삶 기록표” 에는 열심히 사는 것 그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 

어렸을 적 내가 존경하던 분이 계셨다. “호상이 엄마”. 그 분 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분 이다. 예원중학교에 있을때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그 분은 내게 “만남의 축복을 위해 늘 기도하라” 하셨다. 그 분의 말씀은 짧았지만 단호하였다. 그 이후 늘 기도 하였다. 감사하게도 은혜 가운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오늘도 나는 그 기도를 올린다. 배경도 요령도 없는 나 이지만, 만남을 통한 축복을 경험 할 수 있기를. 많은 이들을 통한 축복이 아니더라도,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 음악 속 진심이 닿는 축복을 허락해 주시기를. 아니면 지금 이 시간을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 강건함을 허락하시기를.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을 머릿속에서 쉼 없이 되내인다. 나의 실력과 나의 현실. 그리고 내년에 내가 어느 곳 에 서 있을지.. 누군가는 미국에 가서 박사를 하라하고, 누군가는 유럽에서 버티어 직장을 잡으라 하고, 누군가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결혼 하라 한다. 모두가 나를 위해 해주는 말 이지만, 정작 내 마음에는 그 어느 곳 이던 자신이 없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 만 같다. 이토록 고민하고 고생했는데, 그 끝이 너무 미약해 지는 것 이 아닐까 두려움이 앞선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지만 지켜내어야 할 것 이 많은 오늘도 하루종일 고민에 빠졌다. 

음악가로서 자리를 잡는 것 이 이리도 어려운 줄 은 몰랐다. 이보다 나를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 은 주위의 걱정어린 시선이다. 주위에서 나에게 결혼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계속 피아노만 칠꺼냐며, 언제 끝나냐며. 웃으며 넘기지만 그런 질문을 받을때면 참 곤란하다. 가족들은 기함할 일 이지만 어렸을 적 부터 “엄마”가 되는 것 이 꿈 이었다. 가정을 빨리 이루고 싶은 꿈이 컸던 내가 서른을 넘긴 오늘도 혼자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직 결혼 하기에 너무 부족한 점 이 많아 그 축복까지는 허락 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언젠가는 순리대로 행하실 축복이라면 내가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는게 맞는 것 같다. 

매일 밤 잠이 들기 전 에 엄마의 연락을 받는다. 콩쿨 생각은 없는지.. 누구는 무엇을 하는데 우리 딸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8월은 유난히 유학생들의 연주가 많다고 하는데, 독일 방에서 연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이 영 마음이 무겁다. 엄마와 통화 하면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다. 나만 믿고 있는 엄마에게 원하는 결과를 못 가져다 주어서 또 미안하고 죄스럽다. 괜한 기대를 하고 살게 한 것 같아서. 엄마 목소리는 곧 나에게는 현실을 극복하고 이겨내라는 종소리 같다. 힘이 들지만 나태해지지 않기 위한 이상한 힘이 솟아난다. 

어떻게 나같은 사람이 이 자리까지 왔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 해 봐도, 은혜 하나뿐이다. 이 은혜를 붙잡고 어려운 이 순간 역시 잘 넘길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이제 복잡한 머리를 털어내고 내가 제일 잘 하는 것 을 해보련다. 깊은 잠 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