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가끔씩 알 수 없는 아빠의 어려운 마음. 늘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하기에 오히려 아빠와 나 사이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나봅니다. 
내가 엄마에게 전화해서 울때, 엄마에게 힘들다고 이야기 할때, 엄마에게 다쳤다고 이야기를 할때. 아빠에게는 늘 잘하고 있다고, 힘들지 않다고, 건강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빠가 싫어서도 아니고, 아빠가 불편한 것 도 아닙니다. 단지 나는 아빠의 마음의 무게가 더 이상 커지는 것 이 싫어서 인가봅니다. 엄마와 나누는 사랑. 아빠와 나누는 사랑. 내가 받고 있는 두가지의 다른 사랑 방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부모가 되었을때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사람이 되어줘야 하나. 늘 생각하고 기대하고 또 머릿속에 틈틈히 그리곤 합니다. 아빠는 나에게 절대 힘든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혹여나 내가 잠깐이라도 그 얼굴에 그려진 그늘을 보았을때, 나 역시 절대 당황한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저 생각없이 웃는 척 하며 아빠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우스운 제스처와 말투로 아빠를 웃게하려 합니다. 가끔 나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내가 아빠와 통화하는 것 을 보면 내 나이 답지 않게 왜이렇게 어린사람의 말투로 아빠와 대화를 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것이 내가 아빠에게 지금 줄 수 있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끔 아빠에게 어떤 것 이 힘이 될 수 있을까 깊이 고민을 합니다. 내가 성공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빠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그 어느것 도 갖고 있지 않기 떄문에. 나 혼자 독립을 하기에는 내가 능력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애가 타게 바라면서도 이 길의 끝에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빠에게 줄 수 있는것 이 하나도 없습니다. 웃음 밖에. 

가끔은 울고 싶기도 하고, 아빠의 눈물도 닦아주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된 것 이 괜히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합니다. 엄마에게는, 오빠에게는 가끔씩 그 어려운 마음을 투박하게 표현 하는것 을 알지만 나에게는 단 한번도 그러신 적 이 없습니다. 어색하게 숨기려하는 것 을 보면서도 나는 늘 손을 내밀기 보다 모르는 척 웃어넘기고 아빠가 “웃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 아빠 눈에는 내가 어린 아이같이 보일 수 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철 없이 웃고 늘 “아빠 힘내자” 하며 “화이팅!”을 외치는 것 을 보고 아빠도 마음의 근심을 가리고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내가 아빠를 이해하기에 너무 어린것일까 하는 고민도 해봅니다. 

내가 본 아빠의 마지막 눈물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였습니다. 나에게는 가장 큰 충격이자 큰 슬픔이였습니다. 또한 아빠가 정말 사랑했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셨을때 그 마지막 밤을 지키는 아빠의 사랑을 생각하며 나 역시 많이도 울었습니다. 두분이 계시지 않는 세상은 아빠에게는 어두운 밤 산 속 에서 맞닥뜨린 새로운 길을 걷는 것 과도 같았을꺼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도 두분의 빈자리가 아직까지도 느껴지는데 아빠에게는 더 크고 견디기 어려웠을 허전함이 다가왔을 겁니다. 모든 부담과 어려움과 외로움까지 어깨에 지고 오늘까지 걸어왔을 우리 아빠..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아빠는 내가 본 이 세상 모든 사람들 중 가장 할아버지, 할머니를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내가 본 가장 착한 아들이였음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선한 마음을 우리 오빠가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치훈이 오빠를 바라볼때마다 아빠의 많은 점을 닮았는데, 내가 우리 오빠를 사랑하는 많은 이유중 한가지가 바로 아빠과 같이 선한 베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힘든시간을 견디면서도 주위의 많은 분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을 가끔씩 듣게되는 전화 통화 너머로도 짐작할 수 있었고 그래서 나는 우리 아빠를 너무나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빠는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십니다. 아이들과 항상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시고, 사촌동생들이 어렸을때 아이들에게 늘 존댓말을 쓰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나에게는 아빠는 참 멋진 사람입니다. 깨끗하고 청아한 아이들의 눈과 마음이 아빠에게로 향하고 기댈 수 있다는 것 은 아빠의 마음이 그만큼 선하다는 것 을 증명합니다. 식당을 가거나 건널목을 건널 때에도 눈이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한명도 빠짐없이 늘 웃어주시고 인사를 하십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은 인위적인 것 이 아니라 마음 속 에서 나오는 아빠만의 사랑이라는 것 을 나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습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도, 늘 성공하고 싶은 이유중 한가지는, 이런 아빠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기때문입니다. 멀리 살아서, 하루 한끼 조차 함께 하기 힘들고, 가끔은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합니다. 내가 피아노를 하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게 공부하며 한국에서 살았다면. 아빠가 좋아하는 해산물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아빠가 좋아하는 LP도 함께 사러 다니고, 주말에 가시는 산도 따라다닐텐데.. 카카오톡으로 전화를 하지 않아도 늘 얼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아빠가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질텐데.. 같은시간에 잠이 들 수 있다면, 함께 일어나고,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소망하는 것 그 이상의 것 들을 함께 할 수 있을텐데.. 내가 한국에 있지 못한게 아빠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오빠에게도,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너무 없어서 늘 미안합니다. 

내가 엄마에게 기대어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것 처럼, 내가 오빠에게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 처럼, 아빠에게도 조금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내가 먼저 고민을 털어놓으면 아빠도 조금 더 나에게 마음을 열고 어려움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늘 좋은 아빠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 나를 보았을때 아빠가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기댈 수 있는 딸이 되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원입니다. 챙겨주고 싶은 딸이 아닌, 기대고 의지 할 수 있는 딸..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늘 걱정말라고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빠가 나에게 기대어 조금이라도 쉼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빠와 나의 사랑이 절대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빠에게 조금 더 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하는 나의 고민은 오늘도 깊어갑니다. 

아빠가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의 마음을 채워주는 책과 음악을 통해 근심과 걱정을 잠시라도 내려놓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마음 속 에 움푹 패인 상처가 있다면 그 상처가 오늘 밤 다시 새살로 채워지길 기도합니다. 나의 기도와 사랑이 오늘 밤 아빠의 침대까지 전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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