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에서 처음으로 혼자 바다를 따라 길을 걸었다.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막상 겁이 나서 이곳까지 걷는 것 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 단지 길을 잃어 바닷길을 따라 걸었던 것 뿐이였는데 어느샌가 이 모든 자연을 눈에 담고 있었고 공기를 음미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늦여름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 만 같은 느낌이다. 가끔 이렇게 반가운 공기를 느낄때면 가슴 깊이 숨을 쉬어 느껴보려고 한다. 귓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도 코 끝을 스치는 찬 기운도 .. 무엇이 그렇게 그리운 것 일까 생각 한다. 피아노를 치는 것 은 매우 행복하다.. 하지만, 나의 행복 때문에 가족들에게 외로움을 주는 게 아닐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내가 싸워야 하는 외로움은 언제나 견딜 수 있다. 가끔 혼자서 펑펑 울긴 해도 이제는 이렇게라도 울 수 있어서 감사할 뿐 이다. 하지만 그런 나만의 이기적인 시간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차가운 바람을 혼자 견뎌야 하는 고독의 시간이 주어져야만 하는 것 같다. 그 고독의 시간은 우리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미안하다. 나는 가족들에게 참 할말이 없다. 멀리 사는 것 도 부모님께는 크나 큰 불효임을 다시 한번 또 느낀다. 사실 이렇게 외국에 나와서 살며 나의 꿈을 키우려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놓쳐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그 꿈을 펼친다고 이렇게 이기적인 선택을 한 만큼 잘 해내야하는데.. 턱 없이 모자람을 느끼고, 피아노 앞에 앉아 하루에도 수백번씩 부족한 내 자신을 바라보며 머리가 멍해지곤 한다.
지난 달 텔아비브로 돌아 오는 비행기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선미씨가 무얼 하든 어떤 사람이든 평생토록 부모님 눈에는 한 없이 어리고 보호해주고 싶은 딸일꺼에요. 착한 딸이 되는 것 도 좋지요. 지금 당장 부모님을 더 많이 보러 오는 것 도 좋겠지요. 하지만 아무 능력이 없는 자식을 바라봐야하는 부모의 마음도 생각해봐요. 지금 당장 부모님 곁을 떠나 이렇게 오래도록 공부하는 것을 죄송해하기보다는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해서 어서 자리를 잡으세요. 외국이던 한국이던 어떻게서라든 조금이라도 평안을 찾으면 그게 부모님께는 더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지금 떨어져 있는 시간보다도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더 힘들꺼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것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빨리 자리 잡으세요. 그래야 부모님 한 시름 놓으시겠지요.”
늘 그렇듯 한국을 떠나며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에 12시간의 비행 내내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비행기 착륙 한시간 전 우연히 인사를 건네고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진지하게 조언을 건네주시던 아저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마치.. 우리 아빠의 마음을 대신 말씀해주시는 것 만 같았다. 우리 아빠는 마음이 너무너무 착해서.. 그리고 모두와 같은 “우리 아빠”라서.. 나에게 싫은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빨리 성공해서 자리잡으라는 식의 말씀도 절대 직접 하지 못하시지만.. 밝은 미소에 가려진 아빠의 마음을 읽어보려 했던 최근 몇년을 돌아보면, 그 마음 안에 쌓인 모든 것 은 알 수 없어도 아빠의 어깨는 그 이름이 가진 무게를 버티려 무던히도 힘을 쏟아부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빠는 많이도 지쳐있었다. 내가 어렸을적 무심코 지나쳤던 그 무게가 하루하루 더 깊게 내 마음 속 에 스며들었고 오늘의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저런 걱정과 미안함에 늘 가족과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해서 하루 빨리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부모님의 근심이 조금이나마 덜어 질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생각 없이 어서 나의 일에 몰두하며 바쁘게 살아가야한다.
길을 한참 헤맨 후 에야 해 지는 바다를 등지고 집으로 걸어오며 다시 한번 마음을 위로하며 다짐했다.. 언젠가는 지금 어지러운 이 길에서 조금이나 갈피를 잡고 강인해지길.. 누군가에게 짐이 되기보다 자력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지혜롭고 능력을 갖춘 사람의 위치에 닿을 수 있길.. 그래서 아빠, 엄마, 오빠에게도 감사함을 조금 더 많은 방법을 통해서 갚는 날이 오길.. 지금 밀려오는 한 없는 그리움과 미안함, 죄스러움 이 모든 것 을 잊지 말고 음악에 다 쏟아부어 결과로 풀어낼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