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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016년, 이스라엘 내 방 안에서 조용히 한 해 의 끝을 맺고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보고싶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하다가,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옷 장 안 에 흰색 셔츠를 꺼내 입고 사진도 한장 찍었다. 지금 이렇게 기도하며 내 자신과 주위를 살피는 고요한 시간 뒤 아무렇지 않게 다가올 또 다른 나날들.. 눈물을 흘릴 것 이고, 가끔은 내려놓고 싶을 때 도 있을 것 이고, 또 좌절할 것 이다. 그럴때마다 지금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 내 자신과 기도가 머리 속에서 흐려질 수 도 있겠지만, 지금 이 기도와 소망이 어느 순간을 맞이하던 늘 같은 자리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바란다.
2016년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 이다. 더 많은 기도와, 더 많은 연단의 시간과, 그리고 파도와 부딪히는 싸움까지도.. 많은 것 을 눈 앞에 둔 채 용기를 잃는다면 나는 결코 해내지 못 할 것 이다. 늘 하나님께 기도한다. 내가 조금 더 담대해지기를. 내가 조금 더 강해지기를. 내가 조금 더 주님께 의지하고 눈을 가린채 도전하기를. 흔들리는 마음과 일찍이부터 걱정을 앞서하는 두려움까지.. 그동안의 내가 늘 마주해야 했던 어려움이다. 사람으로서, 연주자로서, 딸로서 부족함이 너무나 많은 나 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용감한 마음을 갖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길 기도해본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연주자.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의지가 강한 사람. 가족들에게 짐이 아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그런 든든한 딸.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다시 믿고 또 믿는다. 내 자신을 믿는게 아니라, 부족 한 나를 이끄시는 주님의 강한 두 팔을 의지하고 믿는다. 이번 2016년도 끝까지 노력하고 끝까지 몸과 마음을 다해 쏟아 부을 것 이다. 
하나님, 2015년도 부족한 제게 끊임 없이 가르쳐주시고 몸과 마음을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에는 주님께서 이끄시는 그 길을 귀와 눈을 열고 바라보며 담대한 마음으로 걷겠습니다. 용감하고, 담대하고, 지혜롭고… 모든 것 을 다 떠나 제가 비록 예수님의 마음과 같을 수 없겠지만 그 소중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늘 기도하겠습니다. 
  

꿈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었다. 그렇게 반갑고 행복할 수 가 없었다. 나의 결혼식에 정말 고운 한복을 입고 오셨는데, 두 분을 마주 했던 그 순간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함에 두근거렸던 가슴이 꿈에서 깬 지금도 가시지 않고 여전히 뛰고있다.. 고요함에 묻혀버릴 수 있었던 하루를 더 없이 행복하게 해 준 성탄절 선물과도 같다.

오늘이 있기까지 어리고 나약한 내게 부어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게 된다. 두분이 떠나신 그 자리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쌓았던 그 그리움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아름다운 나무가 빼곡히 자란 드넓은 산과 같이 더욱 단단해지고 광활해져가는 것 만 같다. 지금 나는 그런 푸르른 산과 넓은 땅, 그리고 숨쉬는 나무들에게 의지하며 치유받으며 살고 있다.

산을 좋아하셨던, 나무를 좋아하셨던, 행복한 나무꾼 할아버지를 떠올릴때면 그 분의 성실하고 두터웠던 마음을 내 마음에 품어보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뭘 알았냐고 하겠지만.. 주말마다 피아노 연습을 끝내고 할아버지 집을 갈때면 4층 거실에서 늘 서계시던 할아버지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어느샌가 그 분이 서계시는 그 곳에 나도 모르게 먼저 눈이 가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내 기억 속 에는 늘 서계셨다. 가족들이 가고 올때도 늘 한결같이 바라봐 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내게는 그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첫번째 기억이다.

두번째.. 노란색 땅콩 초콜렛. 나는 다른 사람 눈에 그렇게 대단한 아이는 아니였지만 신사시장 과자집 주인 아저씨에게는 할아버지의 피아노 잘치는 손녀였다. 집 앞 과자집에 오셨다는 전화를 받으면 나는 늘 기뻐서 달려나갔다. 별거 아닌 아이였어도, 막상 할아버지 앞에 가면 부끄러움을 많이 탔어도,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한가득 사주시면서 또 고르라고 하시던.. 할아버지를 가까이 만날 수 있었던,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온전히 내가 되고 사랑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 과자보다도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늘 기다리곤했다.

세번째.. 김연아. 할아버지는 김연아 경기를 꼭 챙겨보시곤 하셨고 매우 자랑스러워 하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한국의 최정상 자리를 향해 무섭게 오르던 김연아 선수를 보시면서 내게도 늘 김연아 선수 이야기를 하셨다. 세계최고.. 할아버지는 내게 그러셨다. 한국의 최고가 곧 세계의 최고라고.. 물론 그 말씀이 지금으로서는 내게 조금 멀어진 듯 하지만 (아직 포기 하지 않고 달리고 있다), 대학을 막 합격하고 열정으로 가득했던 내게는 가장 큰 응원이자 할아버지와의 나만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것 같다. 가끔 아빠가 “할아버지가 김연아 선수 경기 보시면 선미 생각 난다고 하시더라” 하며 말씀을 전해주셨고 미국에서도 늘 전화카드를 구입해서 할아버지께 김연아보다는 못하지만 “늘 열심히 하고 있어요~” 라고 안부를 전하고 실제로도 매우 열심히 살았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푸름이와 “조연아” “한연아” 라고 서로를 불러가며 우리 시대의 가장 멋진 여성이였던 김연아를 동경하며 그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또 꼭 성공하리라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별거 아니였던 내가 행복하게 꿈을 꾸고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은 아마도 나를 향한 할아버지의 진실된 소망과 흔들림 없던 믿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나무. 할아버지는 늘 농장에서 많은 나무들을 가꾸셨고 또 사랑하셨다. 할아버지가 아끼셨던 농장 앞 큰 소나무부터, 먼곳까지 펼쳐져있던 그 많은 나무들을 정말 애뜻하게 가꾸셨다. 할아버지의 흰색 목장갑은 늘 내 기억 속 에 선명히 남아있다. 할아버지의 마음은 곧 그 굵고 곧은 나무기둥과도 같았고, 푸르른 잎사귀 만큼이나 청렴하셨다. 크고 투박한 나무 기둥을 잠시라도 감싸 안고 있을때면, 그 거칠고 마른 기둥 안에 살아있는 고운 숨을 나도 어느샌가 함께 쉴 수 있듯, 할아버지의 거칠고 굵게 주름잡힌 손을 잡고 있노라면 다시금 그 온기 가득한 손을 놓는게 싫어지기도 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숨쉬는 그 사랑을 느끼고 흡수하는 것 이 너무나도 행복했었고 그리고 그 분이 평생토록 나무를 바라보고 사랑하셨듯 나 역시도 한 길을 걸으며 변함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내 기억에 늘 살아계시고 그리고 힘들때면 꼭 이렇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세상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여 마음이 혼란스러울때 늘 한결같은 모습의 두 분이 나의 어두운 밤을 지켜주셔서 나는 행복하다. 어린날에 받았던 그 사랑을 늘 마음에 담고 이웃에게 나누며 살아가는 것 이 천국에서 바라봐주시는 두 분께 내가 드릴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마음의 뿌리를 깊게 깊게 내려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