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민해진 탓 일까. 아니면 잠시 잊고 있었던 나약한 내 자신을 다시금 마주하게 되어서일까. 많이도 무던해진 이스라엘에서의 시간 속에서 피할 수 없었던 한가지. 굳게 닫힌 마음을 멍하니 바라만 봐야하는 것. 거칠고 어두운 가시덩쿨마냥 내 두손으로 풀어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던 이들의 닫혀버린 마음. 부딪히는 순간마다 울컥하면서도 눈물을 삼키고 웃어넘기곤 했는데..
하지만 어제.. 끝까지 인내하며 겸손하게 그들을 대하겠다 자신했던.. 어쩌면 나도 모르게 자만해지고 나태해졌던 내 마음이 결국 쉽게 열어주지 않는 이들 앞에서 주저앉는 것 을 느꼈다. 매우 섭섭했고 또 답답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내 양손은 한없이 작고, 내 자신은 더할 나위 없이 나약하며, 내 마음은 아직도 얕게 패인 홈에 고인 빗물과도 같구나.. 한 인간의 마음으로 감싸안고 감당하기에는 역사와 시간, 그로인해 형성된 그룹과의 관계까지도.. 이 모두를 향해 힘껏 뻗은 내 손이 닿기엔 그 거리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맨땅에 헤딩도 축복이다, 색다른 사람들과의 삶의 시작이 마냥 좋다 하며 첫 해를 보내고, 피아노 치는게 너무 행복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어 깨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음악으로 바위와 같은 마음을 녹여내리는 것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진정한 교류이자 행복임을 배워가며 그렇게 또 두번째 해를 보내었다. 이른 새벽 뜨는 해를 바라보며 혼자 기도하고, 나 역시 이스라엘의 뜨는 태양과 같이 함께 숨쉬며 열심히 살리라 매일 아침마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투박하고 거친 이들에게 외면당하면서도 또 그렇게 동화되어 살아가던 나에게도 어제는 이런 모든 것들이 꽤나 버거웠나보다.
혼자 학교 복도에 앉아 훌쩍이는 순간에도 내 앞을 스쳐 바삐 움직이는 이들의 발걸음과 유난히도 얄밉게 들려오는 웃음 소리. 마치 투명막이 나를 감싸고 있는 것 처럼 그들의 눈과 마음에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운것일까. 내가 눈엣가시인것일까. 아님.. 그들에겐 내가 그 어떤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일까..
그래도 감사했던 것은.. 내가 그래도 소중한 누군가의 딸이라는 것. 부모님의 기대와 기도가 나의 두 손과 가슴에 가득히 담겨 있기에 나는 무작정 울고 앉아있을 수 없었다. 또한, 이렇게 눈물을 쏟으면서도 내가 잠시라도 편히 기댈 자리를 내어주셨던 주님이 계셨기에 오만가지의 생각과 배신감과 섭섭함에 몸이 떨려오는 와중에도 마음에 품어왔던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더 큰 해야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눈물을 닦고.. 일단.. 끝까지 내가 기도해왔던 마음의 자세를 잃지 말자 다짐했다. 복잡한 나의 마음을 고요함과 평온함이 다스리길 오랫동안 기도하다 잠이 든 것 같다.
내일..
나의 연주를 통해 욕심이 아닌, 내 역량과 노력을 내려놓은 마음에서 나오는 무게감을 전하고 싶다. 특출남을 전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내 음악을 저~ 높은 하늘 위로 올리며, 참 밉지만 사랑하는 이 나라와 사람들을 위한 내 진심 또한 동시에 전할 수 있길 기도한다. 이들을 향한 내 마음과 진심은 늘 변함 없으니… 바위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두드리며 두 손을 바위에 포개 올리고 내 입술을 가까이 대어 진심어린 말을 전하듯 그렇게 내 음악을 전할 수있길 바란다. 나약하고 가난한 마음의 인간이지만 소리를 통해 사랑과 축복을 전할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