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하게 불꺼진 방 안에서 흐릿해져가는 촛불 하나에 의지 한 채 앉아있는 시간이 참 좋다. 책을 읽는 것 도, 친구들과 밥 먹는 것 도, 연습을 하는 것 도 무척이나 행복하지만 내게는 초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기억을 상기시키는 이 순간이 그 어느때보다 편안한 시간이다. 나를 들여다 본다. 안에서 또 밖에서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유난스러운 나의 어제를 또 내일을 기억하고 또 그려본다. 정신없는 하루 그 와중에 틈틈히 떠오르는 혼잣말과 내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노트를 꺼내어 작은 초 가까이 올려 놓고 되내인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45분여의 고요한 어두움은 설령 뜬금없게 느껴지더라도 내 마음을 가장 또렷하게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다.
 
한때, 부끄럽지만, 어두웠던 시간을 흐릿하게 흔들리는 빛에 모든 마음을 의지하며 버틴 적 이 있다. 이 빛이 밝아지기를 간절히 바란 적 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의 어두움에서 쓰러질 듯 한, 그리고 손에 담을 수 없는 이 알 수 없는 빛에 의지하는 것 도 내게는 평안의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밝은 빛이 두렵기도 하다. 머리를 뜨겁게 내리 쬐는 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도 그래서 일까..  깨진 병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선을 그은 한줄기의 빛, 그리고 가끔 어두운 한 밤 중에 울리는 친구의 문자 한통에 밝아지는 핸드폰 액정, 어쩌면 내가 복잡한 일상에서 가끔씩 찾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런 순간을 찾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눈도 이렇게 나빠진 것 일까. 결코 비난 할 수도 변명 할 수 도 없는 이 시간.
 
어둠에 익숙해진 내 모습이 가끔은 나와 마주하고 서 있는 이들에게 불편함과 당혹스러움을 줄 수 있는 것 을 알면서도 아직까지는 이기적으로  적적함과 까마득함에 마음을 의지한다. 그리고 검은 내 눈동자에 반사된 흐릿한 불빛을 빤히 바라보며, 작은 촛불이 주는 따뜻한 색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지금 이렇게 셀수 없는 기억을 써내려가고 마음에 품는 시간 역시 훗날 불안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돌아보게 되는 기억 중 하나가 되겠지. 언젠가는 희미해져갈 기억 속에서 꺼질듯 꺼지지 않는 말 없는 촛불처럼 그렇게 따뜻하게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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